SK케미칼이 주력업종이던 섬유사업에서 벗어나 ‘화학’과 ‘제약’을 양대축으로 삼아 글로벌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화학분야에서는 2001년 세계 두 번째로 친환경 고기능성 수지인 PETG(Polyethylene terephthalate)의 상업 생산에 성공했다. 2009년에는 바이오 매스가 함유된 바이오코폴리에스터 ‘에코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제약분야에서는 1999년 국산 1호 신약인 항암제 ‘선플라’를 출시했고, 천연물 신약 1호 관절염치료제 ‘조인스’와 13번째 국산 신약인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를 출시하며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이를 통해 SK케미칼은 지난해 별도기준 매출액 1조1466억원과 473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이는 섬유사업을 분사한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사업포트폴리오 개선과 고부가 신규사업의 성과가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사업적 성과에 자신감을 얻은 SK 케미칼은 지난 6월2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로 의결했다. 시장에서는 투자와 사업기능이 분리되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 강화되고 책임경영이 확대돼 주주가치를 증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케미칼의 코폴리에스터 소재 PETG와 에코젠은 범용 플라스틱인 PC(폴리카보네이트), PVC 등과는 달리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비스페놀A가 포함되지 않은 소재다. 두 소재 모두 미 FDA와 유럽 식품안전청(EFSA)에 식품 접촉용기 사용이 가능한 소재로 인증받았다. 특히 에코젠은 세계적인 친환경 인증기관인 C2C(Cradle to Cradle)에서 ‘골드’ 등급을 받기도 했다.

코폴리에스터 PETG는 현재까지도 전세계에서 SK케미칼을 포함 2개 업체만이 상업 생산하고 있어 점차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투명하고 내화학성이 뛰어나 화장품 용기 소재로 각광 받고 있는 PETG는 중국의 화장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중국 내수시장에서 매출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친환경 소재가 각광받는 북미와 유럽에서 기존 범용 소재를 대체하는 고기능 수지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내열 PETG/ABS 복합재를 개발해 자동차 내장재 시장에 뛰어 드는 등 PETG의 용도를 다양화했다.

이외에도 SK케미칼은 PCT 등 슈퍼엔지니어링 소재를 개발해 고부가 가치 증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PCT는 260℃의 고온을 견디는 소재로 전기절연성이 뛰어나다. 또한 빛의 반사율이 높은 특성이 있어 LED 반사판으로 적용되고 있다. PCT는 기존에 일본 첨단 소재가 장악하던 LED 반사판 시장을 국산화 하는데 크게 기여해 2013년에는 산업통상부 장관상과 10대 기술상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차량용 커넥터로 제품이 개발돼 2017년 국산 중대형 차량에 적용되고 있다.

SK케미칼의 제약사업은 1987년 선보제약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1999년 국산 1호 신약인 항암제 ‘선플라’를 출시했고, 천연물 신약 1호 관절염치료제 ‘조인스’와 13번째 국산 신약인 발기부전치료제 ‘엠빅스’를 출시하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이후 SK케미칼의 라이프사이언스비즈는 사업의 방향을 질병 치료 중심의 제약사업에서 질병 예방 중심의 백신·바이오 사업으로 전환하고 사업 역량을 집중했다. 백신 사업 인프라 구축과 R&D에 약 4000억원의 비용을 투자해왔고, 2012년에는 경북 안동에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 공장 L하우스를 완공했다.

L하우스는 △세포배양 △세균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백신 등 모든 기반기술 및 생산설비를 보유해 세포배양 독감 백신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다. 연간 최대 생산량이 1억4000만 도즈에 달하며 최첨단 차세대 무균 생산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SK케미칼은 세포배양 독감백신인 ‘스카이셀플루’를 상용화하는데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4가’를 출시하고 총 500만 도즈의 독감백신 공급 물량을 완판하는 성과를 거뒀다. SK케미칼이 원천 기술을 개발한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는 국산 바이오 신약 최초로 FDA와 EMA 시판 허가 승인을 받았다.

현재 SK케미칼은 아직 국산화되지 못한 폐렴구균, 대상포진, 자궁경부암, 소아장염 등의 질병에 대한 백신을 개발 중이며 향후 프리미엄 백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SK케미칼은 1969년 창립한 선경합섬이 모태다. 1969년 폴리에스터 원사·원면 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선경합섬은 1978년 국내 최초로 PET 수지를 생산하며 플라스틱 사업에 대한 토대를 마련했다.

SK케미칼의 주력 업종은 섬유사업이었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섬유업계가 공급 과잉에 시달리며 사업 수익성이 나빠지자 SK케미칼은 삼양사와 함께 각 사의 폴리에스터 사업부를 분리한 뒤 공동 출자해 휴비스라는 섬유회사를 설립했다. 섬유 사업을 떼어낸 SK케미칼은 친환경 수지와 제약을 회사 성장의 양대 축으로 정하고 화학부문은 SK케미칼의 ‘그린케미칼비즈’로, 1987년 선보제약 인수로 시작된 제약사업은 ‘라이프사이언스비즈’로 자리잡았다.

씨스켐닷컴(2017-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