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빅3로 꼽히는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케미칼이 올해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늘어난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화학제품에 대한 수요가 탄탄한 가운데 허리케인 하비 여파로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마진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중국정부의 환경규제 강화로 인한 설비 폐쇄도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들 3사는 연간기준 영업이익도 6조원을 넘겨, 사상 최고 기록이었던 작년 5조원도 가볍게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주요증권사들의 실적 컨센서스에 따르면 LG화학은 올 3분기에 73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9% 급증한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분기보다 18.6% 증가한 7627억원을 거둬 화학업계에서 가장 좋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점쳐진다.

한화케미칼은 전년동기 대비 3.2% 증가한 21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화학3사의 총 영업이익은 1조7000억원을 기록, 지난해 3분기 거둔 1조3079억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같은 실적 호조의 원인은 주요제품의 스프레드(제품과 원료의 가격 차이) 확대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8월말 미국 텍사스주를 덮친 허리케인 하비로 인해 미국 내 정유·화학설비 30%가 타격을 입었다. 이에 따라 올해 전세계 에틸렌 수요 8%에 해당되는 공급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에틸렌 가격은 지난 29일 기준 톤당 1220달러를 기록해 반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리는 에틸렌은 화학업체들이 정유사들로부터 납사를 가져와 공정을 통해 가장 먼저 얻는 기초유분이다. 에틸렌 가격이 상승하자 이를 원료로 하는 다른 화학제품들의 가격도 줄줄이 영향을 받았다.

LG화학의 주력제품인 ABS의 지난달 말 스프레드는 324달러에서 718달러로 2배 가까이 폭증했다. 이는 사상 최대 마진으로 중국 내 가전제품 수요 확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롯데케미칼도 주요제품의 수익성이 높아졌다. PE를 제외한 PP, MEG, BD, PTA 등의 제품 스프레드가 전년 동기, 전분기 대비 모두 확대됐다.

중국정부가 대기오염 해결을 위해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도 국내 화학사들의 실적 개선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정부는 최근 환경오염배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공장에 대해서 폐쇄조치까지 벌이고 있다. 그럼에도 당초 제시한 연간 대기오염 감축 목표치 달성에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오는 18일 예정된 당대회에서 더 강화된 환경규제안이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고 이전에 미리 재고를 확보하려는 중국 내 움직임에 따라 화학제품의 수요가 증가했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정부의 화학설비 환경조사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정부 제재에 앞서 재고를 확보하려는 선구매 활동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정부는 한화케미칼의 주력제품인 PVC에 대해선 구조조정까지 진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난립하는 PVC업체 구조조정 차원에서 2012~2017년까지 지난해 중국 실질 생산능력의 30% 규모에 달하는 약 750만톤 수준의 PVC 설비를 폐쇄했다. 이 때문에 PVC가격은 2분기 말 톤당 870달러에서 3분기 말 948달러까지 상승했고 한화케미칼이 반사이익을 얻었다.

호재가 많은 화학업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고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요증권사들은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올해 연간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9%, 14% 늘어난 2조9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화케미칼은 전년 7792억원을 넘어서 사상 최초로 8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3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6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던 작년 5조3189억원도 훌쩍 넘어서는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씨스켐닷컴(2017-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