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동물적 인수·합병(M&A) 감각은 반도체에 이어 화학 부문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2월 세계 굴지의 화학기업 다우케미칼로부터 에틸렌아크릴산(Ethylene Acrylic Acid·EAA) 사업을 전격 인수한 뒤 8개월 만에 또다시 폴리염화비닐리덴(Poly Vinylidene Chloride·PVDC) 사업을 2차로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SK종합화학이 먼저 인수한 다우의 에틸렌아크릴산 사업은 미국 텍사스 프리포트, 스페인 타라고나 소재 총 2곳의 생산설비와 제조 기술, 지식재산, 상표권 등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인수 건으로 SK종합화학은 단숨에 에틸렌아크릴산 제품의 글로벌 선두 업체로 도약했다.

SK종합화학 관계자는 "차세대 성장 주력 분야인 고부가 포장재(Packaging)시장의 핵심 소재를 선점하게 됨으로써 향후 고부가 포장재 산업의 선두주자로 도약하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고 인수의 의미를 밝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회사는 이달에도 다우의 폴리염화비닐리덴 사업 인수 계약을 체결해 왕성한 M&A 역량을 확인시켰다. 이를 통해 다우가 보유한 PVDC 사업 일체를 인수하게 됐다. PVDC 사업 브랜드인 SARANTM 상표권과 미국 미시간 소재 생산 설비, 관련 제조기술, 지식자산 등 사업 일체가 대상이다.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은 "차세대 성장 주력 분야인 고부가 포장재 사업과 자동차용 소재를 중심으로 다양한 제품군과 기술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연구개발, M&A, 합작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핵심 소재와 기술력을 보유해 나가며 향후 해외 시장에서의 톱 플레이어로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PVDC는 고부가 포장재 산업의 핵심 분야인 배리어 필름(Barrier Film) 소재군 중 하나로 수분·산소로부터 내용물의 부패, 변형을 막는 기능이 탁월하다. SK종합화학은 기존 납사-에틸렌-폴리에틸렌으로 이어지는 범용 위주의 석유화학 포트폴리오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자체 기술을 통한 넥슬렌(Nexlene)과 같은 고부가 화학 제품군 개발에 주력하는 등 고부가 화학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기존에 보유한 기술과의 시너지를 통해 다양한 소재의 포트폴리오를 확보해 고객 접근성을 높이고, 기술과 소재가 결합된 고객 맞춤형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종합 포장소재 전문 화학 기업으로 도약해 세계 최대 포장재 시장으로 떠오르는 중국에서 기존에 보유한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산업에서 SK이노베이션의 약진도 눈부시다. 우리나라의 배터리 산업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서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삼성SDI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주요 경쟁자로 이미 글로벌 최고 수준의 생산량, 판매량,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내수시장이 작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중국, 유럽, 미국 등 글로벌 선진 대형 시장의 주요 배터리 공급사로 수차례 선정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의 점유를 크게 늘려가고 있다. 이 중에서도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배터리 사업이 반도체 사업과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이를 가장 먼저 언급한 최고경영자다. 김준 사장은 이 같은 판단 아래 차세대 주력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회사 내부 임원회의에서 올해 초부터 이 같은 내용을 주장하며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대규모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오는 2020년까지 배터리 생산량을 10GWh로 늘린 뒤 2025년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 30% 점유율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한 번 충전으로 500㎞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2018년까지, 700㎞까지 갈 수 있는 배터리를 2020년 초까지 개발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시장에 선보이겠다는 구상이다.

사업의 효율적이고 전략적인 수행을 위한 소프트웨어인 '조직 시스템'도 혁신적으로 바뀌었다. 이례적으로 연중 조직개편을 단행해 배터리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사업지원과 최적화, 마케팅 등 사업 전반을 총괄하게 했다. 또한 배터리사업의 핵심 경쟁력인 R&D 역량 강화를 위해 배터리 연구소를 확대 개편하고 핵심기술 개발 부서 등을 신설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화학사업과 배터리 사업 중심의 비정유 부문 집중 육성을 통해 아프리카 초원에서도 생존·성장할 수 있는 사업구조 혁신 방안인 '딥체인지 2.0' 실행을 가속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스켐닷컴(2017-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