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에틸렌 생산설비 증설이 계속되고 있다. 이들이 꾸준히 에틸렌 생산량을 늘리는 가운데, 최근에는 정유업체들이 납사크래커(NCC) 등 에틸렌 생산 설비를 신설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총 에틸렌 생산량은 꾸준한 증가 추세다. 지난 2014년 835만톤이었던 에틸렌 생산능력은 2015년 850만톤, 2016년 864만톤에서(각 3월 기준) 올해 6월 기준으로 904만톤까지 늘어났다.

석유화학 업체 중에서는 LG화학이 2014년 200만톤에서 올해 220만톤으로 에틸렌 설비를 증설했다. 롯데케미칼은 2014년 211만톤에서 올해 214만톤으로(해외 생산시설 포함 시 323만톤), 여천NCC는 2014년 191만톤에서 올해 195만톤으로 설비를 늘렸다. 한화토탈(100만톤 →109만톤), 대한유화(47만톤→80만톤)도 설비 증설 행렬에 가세했다. SK종합화학은 86만톤의 생산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향후 에틸렌 생산설비 확장도 줄줄이 예정됐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여수공장 내 NCC를 증설하고 있다. 현재 103만톤 규모인 여수공장의 에틸렌 생산능력은 증설 이후 20만톤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 NCC 건설에도 분주하다. 최근 9만3천톤 규모의 말레이시아 NCC 증설을 마쳤고, 이듬해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연산 100만톤 규모의 에탄크래커(ECC)를 짓는 중이다. 인도네시아에도 자회사인 LC타이탄을 통해 연산 100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가진 NCC 증설을 검토하고 있다.

LG화학과 한화토탈도 대산공장의 에탄올 생산능력을 오는 2019년까지 각각 23만톤, 31만톤 늘리기로 했다. 예정대로 설비 증설이 된다면 LG화학은 243만톤, 한화토탈은 140만톤으로 에탄올 생산능력이 증가하게 된다. 여기에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에쓰오일은 지난 9월 서산시와 대산단지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들 업체가 대산단지에 추가로 NCC를 건설할 가능성도 있다.

석유화학업체뿐만 아니라 정유업체들도 NCC 신설을 통한 자체 에틸렌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GS칼텍스는 여수공장에 NCC 신설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미 전부터 업계에서 나오던 얘기였지만, 이번에는 GS칼텍스 고위 관계자 등이 NCC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 역시 자회사인 현대케미칼을 통해 신규 NCC 사업에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측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말 그대로 사업을 할지 말지 '검토' 중인 단계"라고 선을 그었고,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도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식을 고려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확정되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의 에틸렌 생산 확대 러쉬가 국내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다우듀폰, 엑손모빌, 셰브론필립스케미칼 등 미국 유수의 정유·석유화학업체들이 에틸렌 설비 확장을 최근 완료했거나 신규 증설 계획을 밝혔다. 업계에서는 내년 3월까지 전세계적으로 총 1천100만톤 규모의 에틸렌 신규·증설 설비들이 새로 가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용원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15년 하반기 이후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글로벌 석유화학 다운스트림 시장의 경기가 호전된 데다가, 중국에서 CTO/MTO(석탄화학) 기반 생산설비의 가동 부진으로 에틸렌 수입수요가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에틸렌 제품가격 및 마진도 개선됐다"고 말했다.

한 정유화학 담당 애널리스트는 "올해 에틸렌 정제마진이 전년 대비 높은 편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설비 증설이 수익 창출의 좋은 기회"라며 "북미 지역의 에틸렌 공장 증설 건이 있기는 하지만, 이로 인한 에틸렌 정제 마진 감소 얘기는 이미 수 년 전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씨스켐닷컴(201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