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한국의 산업 경기전망이 전체적으로 밝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업종별 예측은 희비가 엇갈렸다.제품 수요증가로 호황이 계속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내년에도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석유화학 부문은 매년 수요가 10% 이상 증가하고 있는 인도 등 글로벌 시장의 수요가 받쳐주고 있다는 점이 호재로 꼽혔다.

반면 선박 발주 감소와 구조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조선업은 내년에도 힘든 시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 등 주력 해외시장에서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자동차산업도 내년 경기전망이 썩 밝지는 않다.

14일 열린 제232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포럼에서 내년 경제 및 산업별 경기 전망을 발표한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 및 화학산업 성장세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별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전망이 가장 밝았다. D램과 낸드플래시는 올해 공급부족 현상이 계속되며 제품이 없어 팔지 못할 정도였다. 기술적으로 우리나라 업체가 앞서있고 스마트폰과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등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증하며 호황이 계속됐다.

조용준 센터장은 올해 말 월 1200K(K=웨이퍼 1000장)를 기록한 D램의 글로벌 생산능력이 내년 말에는 1270K로 소폭(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반해 내년 서버용 D램 수요는 올해 대비 40% 확대가 예상돼 당분간 D램 시장의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D램의 수급밸런스는 내년 2% 이상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 시장을 둘러싼 환경도 우호적이다. 올해 낸드플래시 제조사들이 2차원(2D) 낸드를 3차원(3D)로 전환하는 작업에 나서며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해 가격상승 기조가 이어졌다. 조 센터장은 생산시설 증설로 내년 들어 공급량 확대가 예상되지만 수급밸런스가 크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석유화학도 경기전망이 밝은 업종으로 꼽혔다. 경유 중심의 정제 마진이 개선되고 있는 추세여서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유통 가격 등을 뺀 이익을 말한다. 글로벌 석유 수요는 확대된 반면 정제설비는 여전히 부족해 정제 마진 상승여력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경제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인도에서 석유,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인도는 매년 석유,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10% 이상 늘고 있는 시장으로 중국 역시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지 못하게 규제하면서 제품 수요 확대가 예상된다.

이에 반해 조선업은 내년에도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선박발주 시장이 얼어 붙어 일감 자체가 없어서다. 내년 선박 발주전망은 662척으로 올해 대비 54.3% 늘어나지만 일감부족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황산화물(SOx) 규제를 강화하면 선박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드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대형선박 대부분은 벙커C유를 연료로 하고 있는데 규제가 강화되면 액화천연가스(LNG) 선박 발주의 확대가 예상된다.

자동차산업도 내년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내수와 수출 모두 기상도가 좋지 않다. 국내에서는 경기부진 등으로 차 구매 대수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난해 판매량 회복의 도움이 된 개별소비세 인하 같은 호재도 없다.

해외는 러시아, 브라질,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되지만 미국과 중국 등 주력 시장의 성장정체가 예상된다는 점이 악재다.

내년 미국 자동차 수요는 1692만대로 올해보다 1% 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성장을 거듭해왔던 중국 시장도 2% 성장에 그치면서 로컬 업체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졌다.

조 센터장은 "향후 자동차 산업은 수요의 저성장 속에 공급과잉 이슈가 지속되면서 구조적인 저마진과 함께 IT 등 이종산업의 침투 가속화가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미 중국 시장에서도 현지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현대차 중국법인의 수익성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의 저성장 기조는 이들 국가를 주력시장으로 삼고 있는 현대자동차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씨스켐닷컴(2017-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