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증거인멸 등을 이유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에션 조기패소 판결' 등 제재를 요청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이하 SK이노)은 "소송에 성실히 임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14일 미국 ITC와 LG화학에 따르면 LG화학은 디스커버리(증거개시) 과정이 진행 중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의 증거인멸 등의 정황을 담은 94개 목록과 함께 SK이노에 대해 조기패소 판결을 내려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다.

LG화학은 요청서에서 SK이노의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 행위를 지적했다. LG화학은 패소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 SK이노가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등에 사용했다는 사실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LG화학은 증거인멸의 사례로 제시한 것은 소송 직후인 지난 4월 30일 SK이노가 배터리 사업 관련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이다. 이 메일에는 "경쟁사 관련 자료를 최대한 빨리 삭제하고 미국법인(SKBA)은 PC 검열·압류가 들어올 수 있으니 더욱 세심히 봐달라. 이 메일도 조치 후 삭제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한 지난달 3일 SK이노가 삭제한 문서에서 LG화학 소유의 정보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를 포함한 소송 관련 모든 정보를 복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LG화학의 요청을 ITC가 수용해 명령한 포렌식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LG화학은 주장했다.

SK이노측은 이에 대해 "이 사안이 발생한 뒤로 소송은 소송대로 충실하게 대응한다는 원칙하에 모든 조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이노측은 ITC에 LG화학의 조기 패소판결 요청에 대응하는 답변서를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다. 한편 ITC 소송에서 원고가 제기한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을 ITC가 수용하면 예비 판결 단계까지 가지 않고 피고가 패소 판결을 받게 된다. 이후 ITC가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을 내리면 원고 청구에 기초해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씨스켐닷컴(2019-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