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화학업종이 국제유가 급락에 본격적인 저평가 국면에 들어섰다.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1배 이상을 유지했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해 8월 증시 급락 당시보다도 하락해 냉각된 투자심리를 반영했다. 10일 연합인포맥스 업종 지수 투자지표에 따르면 전일 정유·화학업종의 PBR은 0.80배를 기록했다.

정유·화학업종은 지난해 5월 9일 정제마진(상품가격-원자재 가격) 급락에 처음으로 PBR 1배를 내줬다. 지난해 8월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 수요 급감 우려가 커지면서 0.86배까지 낙폭을 확대했다. 이후 0.90배 수준을 유지했던 PBR은 전일 2010년 이후 역대 최저치인 0.80배까지 하락했다.

PBR 1배는 특정 시점의 주가와 기업의 1주당 순자산 가치가 같다는 의미로, PBR이 1배 미만이면 주가가 장부상 순자산 가치에도 못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 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의 감산 합의 불발로 폭락했다. 전일 오전 뉴욕 선물시장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32.5달러로 전장보다 20%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에 에너지 수요까지 줄어든 상황이라 국제유가 하락이 정유, 화학 등 에너지업종의 수익 변동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정유업의 경우 정제마진과 시세차익이 중요하다. 시세차익은 원유를 구입한 시점과 판매하는 시점이 달라 발생하는데 국제유가가 급락한 경우 시세 차익을 얻기 어려워진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등 원료값을 뺀 개념으로 정유업체의 수익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 화학업계에서는 원유 가격 하락이 비용 절감으로 해석돼 긍정적으로 작용할 때가 많았다.

다만, 이번 유가 급락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급감이 그 바탕이 됐다는 점에서 정유·화학 업계의 1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전일 S-Oil은 마이너스(-) 9.80%, SK이노베이션이 -8.24% 약세를 보이는 등 정유주들이 줄줄이 하락했다.

SK케미칼을 제외한 대부분의 화학업종들도 모두 약세를 보였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수요 감소가 극심한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하락하며 정유와 화학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며 "주가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PBR도 내려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씨스켐닷컴(2020-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