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석유 화학 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롯데케미칼은 에탄 분해 시설(이하 ECC)로 수익성 방어에 나서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ECC 투자를 주도했던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의 선구안이 통했다는 평가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석유 화학의 쌀'인 에틸렌의 수익이 올해 4분기부터 악화되고 있다. 에틸렌 월 평균 에틸렌 스프레드(제품 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값)는 지난 10월부터 하락하다가 이달 들어서는 톤당 370달러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급락한 수준이다.

에틸렌은 ECC나 나프타 분해 시설(NCC)을 통해 얻을 수 있다. ECC가 주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반면, NCC는 원유의 부산물인 나프타를 이용해 에틸렌은 물론 부타디엔·벤젠·자일렌·톨루엔·프로필렌 등 다양한 석유 화학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다만 ECC는 나프타에 비해 가격이 낮은 에탄을 원료로 하므로 에틸렌 및 에틸렌 유도체 사업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용이하다. ECC의 경우 에틸렌 생산 비용을 NCC보다 30%~40%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NCC를 운영하는 석유 화학 업체들이 당장 4분기 실적을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롯데케미칼은 고유가 여파를 적게 겪을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미국 법인인 LC USA를 통해 미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지역에 총 31억여 달러(약 3조6800억원)를 투자, 연산 에틸렌 100만 톤 및 에틸렌 글리콜 70만 톤 규모의 석유 화학 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 셰일 가스 기반의 석유 화학 공장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은 롯데케미칼이 유일하다.

미국 공장 준공으로 롯데케미칼의 글로벌 에틸렌 생산 능력은 연간 450만 톤이 됐다. 이는 국내 업계 1위, 세계 7위 규모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2019년부터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화학사로 성장하겠다는 목표 아래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미국 공장도 그 일환이다.

중요한 것은 롯데케미칼이 미국 공장을 통해 ECC를 확보하면서 기존의 NCC와 함께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LC USA는 천연 가스에서 추출하는 에탄으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ECC를 두고 있다. 해당 시설은 현지의 저렴한 셰일 가스를 원료로 공급 받으므로 NCC 대비 뛰어난 가격 경쟁력이 장점이다.

이를 통해 롯데케미칼은 기존의 원료인 나프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유가 변동 리스크를 줄이게 됐다. 게다가 원료·생산 기지·판매 지역 다변화에 성공해 글로벌 경쟁력도 한층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LC USA의 ECC는 지난해 경우 자연 재해로 피해를 입으면서 주춤했으나, 정상 가동 이후 올해부터 회사의 영업 이익률을 30% 수준(1분기 31.9%, 2분기 30.0%, 3분기 27.4%)으로 끌어 올릴 정도로 수익성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이에 힘입어 LC USA의 실적도 견조한 모습이다. 특히 지난 3분기에는 롯데케미칼의 전체 사업 부문 가운데 LC USA만 영업 이익이 증가하기도 했다. 3분기 기준 LC USA 영업 이익 비중은 약 15%로 롯데케미칼의 실적을 견인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NCC 수익성 약화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의 고유가 환경에서 ECC의 경쟁력은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유가는 지난 30일(현지 시간)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80달러에 육박했으며, 내년에는 100달러로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유가 상승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LC USA의 ECC 사업은 최근 10년간 가장 낮았던 유가 시황(평균 30달러) 하에서도 NCC 대비 경제성 하락의 우려가 있었지만, 효율적인 공장 운영 능력 등이 전제될 경우 경제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라고 말했다.

씨스켐닷컴(2021-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