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기업들이 주력 사업인 화학부문의 업황 부진으로 일부 사업의 정리와 개편을 고려하고 있다. 새해에도 경기침체, 고금리, 고유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중국 업체들의 초과 공급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업체들은 수요가 적은 정보기술(IT)용 필름 사업 매각을 고려하거나 이미 진행한 상태다. 새해에도 석유화학 업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주요 수출대상국 내 수입 둔화와 수출단가 하락으로 올해 석유화학 산업 수출은 전년 대비 0.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 업계 수익성의 대표적인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최근 200달러 중후반을 기록하고 있다. 손익분기점이 300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석유화학 업계가 정리하는 사업 중 하나는 IT 소재용 필름이다. 매출 규모는 연간 수천억원 수준으로 대표 사업은 아니지만, 중국발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업계에서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필름 사업의 가동률 조정 또는 매각 등의 방법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9월 IT 소재 사업부의 편광필름 사업과 편광필름 소재 사업을 중국 업체에 매각했다. 규모는 1조1000억원 가량이다. 디스플레이 산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주요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의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2022년에는 SKC가 회사의 모태사업인 필름 사업부를 1조6000억원에 국내 사모펀드 운영사인 한앤컴퍼니에 통째로 매각했다.

석유화학 업체가 일부 사업을 정리하는 이유는 기존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이 자급화에 나서며 공급과잉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0년부터 기초소재인 에틸렌 등을 생산하는 나프타 분해설비인 NCC(나프타 분해 공정)를 확대했다. 중국이 석유화학제품 자급화를 추진하며 국내 석유화학 업체의 수출 비중은 약 50%에서 최근 30%대로 급감했다.

다만 올해는 글로벌 증설의 영향이 다소 감소할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에틸렌 연간 증설 규모는 520만톤이다. 2019~2022년 연평균 1100만톤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이미 업계는 추가적인 감산이 어려울 정도로 기존 주력 사업의 가동률을 낮춘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석유화학 기업의 시황이 좋지 않아 이미 최소 수준의 가동률로 낮춰 감산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쌓인 중국발 증설 물량 역시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한국신용평가는 일부 제품의 공급 부담 완화에도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수준 확대에 따른 스프레드 약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며, 단시일 내 큰 폭의 수요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오윤재 한신평 선임연구원은 "주력 제품 수급 저하로 이익창출력 약화 추세가 이어지고 과중한 재무부담이 지속되는 업체를 중심으로 신용도 하향 압력이 지속될 전망"이라며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재차 지속될 경우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 움직임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씨스켐닷컴(2024-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