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체인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올해 들어서만 39% 올랐지만 글로벌 동종 업체들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이 기간 코스피 상승률 23%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올랐지만 내년에도 정유업 호황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데다 최근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본격 투자에 나선 점도 호재로 부상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주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18일 블룸버그와 삼성증권 등에 따르면 올해 예상 실적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다. PBR는 현재 주가가 해당 기업의 순자산에 비해 몇 배로 거래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기업 청산가치 수준으로 주가가 거래되는 셈이다. PBR가 상대적으로 높을수록 주가가 고평가된 상태로 평가한다.

글로벌 정유사들의 PBR와 비교해보면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현저히 저평가된 상황이다. 미국의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각각 2배, 1.6배 수준이고, 영국 BP(1.4배)와 네덜란드 셸(1.3배)에 비해서도 현재 주가는 낮다. SK이노베이션은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시노펙과 함께 세계 최저 수준의 PBR를 기록 중이다. 글로벌 정유사 평균 PBR는 1.8배다.

조현렬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예상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2.8%로 글로벌 정유사 평균치인 13%에 근접할 것"이라며 "올해부터 중간배당을 최초로 실시하는 등 주주친화정책도 강화하고 있어 배당수익률도 글로벌 정유사 평균 수준까지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그럼에도 업계 최저 수준의 PBR란 점은 주가 상승 여력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과 유사한 시가총액을 지닌 국내외 기업들과 비교하면 저평가 상태는 더욱 도드라진다. 대만의 정유사 FPCC PBR는 3.2배로 SK이노베이션에 비해 3배 이상이고, 인도의 바라트 페트로 PBR도 2.8배나 된다. 국내 경쟁사인 에쓰오일 PBR는 2.2배에 달한다.

더욱 긍정적인 건 정유업황 호조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SK이노베이션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11조91억원, 영업이익 1조42억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5%, 142% 증가한 수치다. 지난 8월 말 미국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영향 등으로 실제 실적은 컨센서스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지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 허리케인 영향으로 지난 2분기 배럴당 평균 6.4달러였던 정제마진이 3분기엔 8.3달러로 급등했다"며 "유가도 전 분기 대비 5달러가량 상승하면서 SK이노베이션은 500억원가량 재고평가이익도 발생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조2283억원으로 전년 대비 63.1%나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도 3조28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9% 오르고, 내년에도 5.9% 증가하면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강동진 현대차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호실적이 내년에도 계속되며 3조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SK이노베이션이 본격적으로 2차전지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현재 이 회사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량은 1.1GWh(기가와트아워) 정도로 LG화학(8.1GWh)과 삼성SDI(6.9GWh) 대비 낮은 수준이다. 경쟁사들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공격적인 투자로 2025년까지 세계 배터리시장 점유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18일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전날 대비 1.92% 감소한 20만4000원에 장을 마쳤지만 이 주가는 연초인 1월 2일(14만7000원) 대비 38.8% 상승한 것이다. 이 같은 주가 급등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정유업황 호조세 덕분이다.

씨스켐닷컴(2017-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