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 오염을 줄이려고 시도했던 중국 정부의 석탄 규제 정책이 액화천연가스(LNG) 부족 사태를 빚었다. LNG 물량 부족으로 유발된 가격 폭등이 중국 내 화학업체 공장 가동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국내 화학업체는 때아닌 특수를 누리게 됐다. 20일 중국 위린 광물거래소(Yulin Coal Exchange Center)에 따르면 LNG 거래 가격은 톤당 최고 1만2000위안(약 197만원)을 기록했다. 지난달 말 8000위안(약 131만원) 수준이었던 LNG 가격은 보름 만에 40% 이상 상승했다.

중국 LNG 가격이 급등한 배경은 석탄 규제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 등 북부 지역에서 난방설비를 석탄에서 LNG로 무리하게 바꾸려고 시도하면서 LNG 품귀 현상을 겪었다. 평소 톤당 4000위안(약 65만원)을 유지하던 LNG 가격은 지난달 말 이미 8000위안으로 두 배 뛴 상태였다.

이달 들어 LNG 가격이 폭등하자 중국 내 화학공장은 비상이 걸렸다. 중국 정부가 LNG 물량이 달리자 산업용 LNG 사용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당장 독일 화학업체 바스프(BASF)는 중국 충칭 MDI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바스프의 MDI 생산 규모는 40만톤으로 전 세계 MDI 수요의 약 6%(600만톤)를 차지한다.

MDI 공급량이 부족해지면서 국내 MDI 업체가 반사 이익을 누리게 됐다. 국내 MDI 업체는 한국바스프 외에도 금호석유화학 자회사인 금호미쓰이, 한국다우(Dow) 등이 있다. 특히 금호미쓰이는 2018년 초 MDI 설비를 현재 25만톤에서 추가로 10만톤 증설할 계획이다.

또 LNG 기반 석유화학 제품인 메탄올과 아세트산(AA), 요소 설비 공장도 잇달아 문을 닫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세트산 주요 생산 공장인 중국 양쯔강 아세틸(Yangtze River Acetyl)은 지난 15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산둥(山東)성 화루 헝생(Hualu Hengsheng) 공장도 이달 초 가동을 멈췄다. 두 업체가 생산하는 아세트산 분량은 연간 100만톤 수준이다.

국내 기업 가운데 롯데정밀화학(004000) 자회사인 롯데BP화학이 아세트산과 비닐아세테이트 모노머(VAM) 등을 생산한다. 중국 내 주요 아세트산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면서 롯데정밀화학 등이 이익을 보게 됐다. 또 해당 화학계열사를 관리하는 롯데케미칼(011170)에도 간접적으로 이익이 될 전망이다.

이번 LNG 가격 폭등으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메탄올 가격도 올라갈 전망이다. 메탄올 생산 재료 중 12%가 LNG 등 천연가스다. 올해 중국 전체 공장 가운데 8%가량이 메탄올 생산 공장과 관련돼 있다. 중국 내 메탄올 공장 가동 중단 시기가 길어지면 메탄올 가격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면서 LNG 물량이 모자라자 (상대적으로 따뜻한) 중국 쓰촨성 등 석유화학 공장에 가동 중단 등을 명령했다”라며 “이들 업체가 이듬해 3월까지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 감축하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MDI나 아세트산 등 물량이 모자라 우리 화학업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씨스켐닷컴(2017-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