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ESS(에너지저장장치) 블루오션이 열리고 있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지난달 전력사업자들이 ESS 사업화를 가능하도록 결정하면서 미국발 ESS 수요의 폭발적인 확대가 가시화된 영향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ESS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배터리업체 LG화학과 삼성SDI는 이 상황을 반기며 블루오션을 주목하고 있다.

ESS는 전기를 원하는 조건에 비축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나 산업체, 가정에서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신기술이다. LG화학과 삼성SDI 등은 ESS용 배터리부터 모듈, 팩 단위까지 여러 형태로 이를 공급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ESS 수요는 지난 2년간 연평균 400MW씩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는 캘리포니아 주가 일정 규모 이상의 전력사업자에게 ESS 의무 설치를 제도화한 결과에 불과할 뿐, 매사추세츠, 유타, 오리건, 네바다 등도 잇따라 ESS 설치 의무를 법제화하며 수요 증가에 불이 붙었다. 여기에 연방 단위에서는 최초로 FERC까지 가세해 ESS에 저장된 전력 단가를 책정하고, 송전을 가능토록 하면서 미국 전역에서의 ESS 수요 확대에 확실한 드라이브가 걸린 상황이다.

글로벌 ESS시장은 2018년 2.2GW에서 2024년 9.7GW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됐지만, 미국발 수요 확대로 더욱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체·가정용을 중심으로 ESS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라며 “신재생에너지 발전 기조와 맞물리면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하는 ESS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업계에서도 미국과의 잇따른 ESS 공급 계약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글로벌 점유율 30%로 1위를 달리고 있는 LG화학은 지난 2월 미국 태양광기업 피터스딘과 가정용 ESS 공급 파트너쉽을 맺었다. 피터스딘은 1984년 설립된 미국 태양광 기업으로, LG화학은 400V의 고전압 가정용 ESS 모델인 RESU 10H를 공급하게 된다.

LG화학은 지난 2015년 4월 북미 PCS(전력변환시스템) 업체인 이구아나 사와 ‘ESS 사업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로 북미 가정용 ESS 시장에 진출한 후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점유율 1위를 넘보고 있는 삼성SDI는 최근 미국 AES그룹 자회사인 AES DE가 추진한 ESS연계 태양광발전소 구축 프로젝트에 ESS용 전지를 공급하기로 했다.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 위치한 발전소 용량은 28MW이며, 삼성SDI는 100MWh 규모 ESS용 전지를 공급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SDI는 작년 10월 미국 하와이주 마오이섬에 위치한 ESS연계 풍력발전소에 ESS 배터리를 공급한 바 있다. 유진투자증권 한병화 연구원은 “FERC의 이번 결정으로 미국 ESS 시장 규모는 메가와트 급에서 기가와트 급으로 커질 것”이라며 “국내 배터리 관련 업체들은 전기차에 이어 두번째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씨스켐닷컴(2018-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