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화학 산업은 올해도 힘든 시기를 보낼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업계는 18년만에 마이너스 정제마진(최종 제품 가격에서 원료비 운송비 등을 뺀 것)을 기록하고 있고, 석유화학 업계에서도 공급확대와 글로벌 수요 감소로 뚜렷한 수익성 개선 요인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석유제품의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12월 4주 기준으로 배럴당 –0.2달러다. 1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하는데 오히려 0.2달러씩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다.

통상 4달러~5달러 사이의 정제마진이 형성돼야 손익분기점을 형성할 수 있는 정유업계에게는 치명적인 상황이다. 마이너스 정제마진은 지난 11월 3주를 시작으로 12월 1주 0.2달러로 소폭 개선됐다가 12월 3주차부터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정제마진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올해도 정유업계의 수익성 개선은 힘들다. 정제마진 약세의 주된 요인인 미중무역분쟁, 공급증가에서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정제마진 약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2020년 국내외 경제 및 산업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석유제품 수출은 작년 대비 약 2% 감소한 400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등의 공급 확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둔화 등이 수출액 감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IMO(국제해사기구) 2020 발효에 따른 경유제품 수출 증가 등으로 큰 폭의 하락은 막아낼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도 작년처럼 정제설비 증설이 이어질 것이어서 정유업황도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정제마진도 셰일오일 확대로 인한 미국 경질원유 투입 비중 증가, 가솔린·납사 물량 공급과잉, 두바이유와 서부텍사스유(WTI) 스프레드 확대로 정제마진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산업도 올해 생산과 수출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세계 경기가 조금이라도 회복되면 침체는 완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석유화학 산업에 대해 "글로벌 공급과잉, 중국 성장 둔화, 내수 부진 등으로 침체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생산에서는 해외 신증설 규모 확대, 내수 부진 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감소가 예상되고, 수출에서는 세계 경기 회복이 수출 증가를 견인하겠지만 증가폭은 소폭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NCC(납사크래킹센터) 신규설비 가동 규모는 1200만톤(t) 규모일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는 작년 1300만톤 신규 가동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에틸렌 수요 증가율은 3.8% 수준인데 반해, 공급 증가율은 4.6%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더해 미국 셰일가스 생산량 증대에 따른 ECC(에탄크래킹센터) 계열의 에틸렌도 공급 증가가 전망되는 만큼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납사를 사용해 에틸렌을 제조하는 것보다 에탄을 사용해 에틸렌을 제조하는 것이 원가 경쟁력에서 우수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작년보다 5%정도 하락한 4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올해 원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은 원유 기반의 납사크래커 설비 중심의 생태계로 유가 및 경기 변동에 취약하기에 납사 이외에 공급 원료를 다양화하는 전략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내 기업들은 설비 운영성 강화와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2023년까지 총 26조2000억원의 투자를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씨스켐닷컴(2020-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