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그룹의 석유화학 자회사 DL케미칼이 지난해 인수한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 크레이튼(Kraton)이 준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인수 당시 크레이튼이 DL케미칼보다 덩치가 두 배 이상 큰 기업이었고 비용도 3조원에 달할 만큼 과감한 투자라는 우려도 있었으나, 첫해부터 안정적인 흑자를 내며 DL케미칼의 실적에 보탬이 되고 있다. DL케미칼과 크레이튼은 서로의 강점을 활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다.

DL그룹이 최근 발표한 기업설명회(IR) 자료에 따르면 크레이튼은 인수가 마무리된 작년 3월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 매출 2조3779억원, 영업이익 506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을 포함한 수치로, 이를 제외한 순수 사업 영업이익은 2924억원을 기록했다고 DL은 설명했다. 영업이익률은 12.3%에 달한다.

DL케미칼은 지난 2021년 9월 이사회를 열고 미국 휴스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 크레이튼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DL케미칼은 2020년 3월 크레이튼의 자회사였던 친환경 합성고무 제조 업체 카리플렉스(Cariflex)를 약 6200억원에 인수한 바 있는데, 크레이튼 사업 전체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DL케미칼이 인수를 고려할 당시 크레이튼은 매출액 규모가 DL케미칼의 2배가 넘는 기업으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크레이튼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약 3조원으로, 지분 인수 비용(약 2조원)과 크레이튼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대출금(약 1조원)을 합한 비용이었다.

DL케미칼은 자체 보유 현금을 포함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9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산업은행·수출입은행으로부터 8억5000만달러(약 1조700억원)을 조달했다. 그렇게 인수 발표 6개월만인 이듬해 3월 15일 모든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크레이튼은 폴리머와 케미칼 2개 사업부를 보유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스티렌블록코폴리머(SBC)로 미국과 유럽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BC는 크레이튼이 세계 최초로 만든 소재로 위생용 접착제와 의료용품 소재, 자동차 내장재, 5G통신 케이블 등에 활용된다. 최근에는 SBC에 수소를 첨가해 만든 HSBC라는 고부가 스페셜티 재료를 내세워 신소재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크레이튼은 소나무 펄프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재가공해 바이오디젤, 타이어 첨가제 등 화학제품을 생산하는 바이오케미칼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크레이튼의 바이오케미칼 생산능력은 연 70만톤(t) 규모로, 전체 매출 중 약 45%를 차지하고 있다.

DL케미칼과 크레이튼은 양 사가 가진 강점을 이용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목표다. DL케미칼 관계자는 “크레이튼은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주요 시장에 13개 생산공장과 9개의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DL케미칼과의 직원 교류를 통해 연구개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기간 석유화학 공장을 운영하며 쌓아올린 DL케미칼의 운영 능력과 기술력 등 노하우를 크레이튼의 해외 사업장에 접목해 운영을 효율화하고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레이튼이 가진 글로벌 규모의 생산 거점과 판매망, 물류 네트워크 등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이점이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크레이튼 인수로 실적 증가뿐만 아니라 DL케미칼·크레이튼·카리플렉스의 유럽 및 미주 매출액 비중이 지난 2021년 3분기(누적 기준) 12%에서 2022년 3분기 51%로 확대되며 지역적 매출 포트폴리오 개선 효과가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DL케미칼 관계자는 “크레이튼은 인수 첫해에 기존 사업 계획보다도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며 “인수 과정에서 드는 비용을 지난해 모두 처리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높은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씨스켐닷컴(202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