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낸 롯데케미칼이 석유화학 시장 지표 급반등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2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석유화학 산업 수익성을 좌우하는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 17일 186.75달러를 나타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달 20일 29.62달러까지 떨어진 후 27일에는 38.35달러로 소폭 올랐다. 이달 들어서는 지난 3일 159.37달러, 10일 156.37달러로 반등세를 보였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기초유분 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 나프타 가격을 뺀 것이다.

에틸렌 스프레드가 이달 들어 급반등한 것은 나프타 가격이 t당 700달러 근처를 맴돌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의 부산물인 나프타는 석유화학의 원재료다. 나프타 분해시설(NCC)을 거쳐 에틸렌과 프로필렌, 벤젠 등의 기초원료를 생산하고, 다시 이를 원료로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합성섬유, 염료 등 화학 제품들이 만들어진다.

나프타가 석유화학 산업의 출발점인 만큼 나프타 가격은 화학 기업들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4월 t당 100달러대까지 폭락했던 나프타 가격은 석유제품 수요 회복에 따라 완만하게 올랐고, 유가 상승 영향으로 2021년 말 700달러를 넘어섰다.

이어 올해 3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유가 폭등과 러시아산 나프타 공급 차질 우려가 나오면서 나프타 가격은 t당 1천달러를 돌파하며 약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유가 하락으로 정점을 지나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 급반등으로 롯데케미칼 주가 역시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달 들어 롯데케미칼 주가는 전월 대비 7.81% 올랐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9일 진행한 지난해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지난해 급등했던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 추세에 있고 글로벌 경제 및 수요 역시 추가적인 악화 가능성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업황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준으로 이미 바닥을 통과했다고 보는 전망이 지배적이다"라며 "올해는 점진적인 업황의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다만 롯데케미칼 실적 개선 속도는 점진적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에틸렌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보통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며, 200달러 아래 수준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신용평가는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일진머티리얼즈 실적이 추가 반영돼 전년 대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라면서도 "올해 글로벌 에틸렌 캐파(생산능력) 증설분(800만~900만t)이 수요 증가분(600만~700만t)을 상회하고, 업황 개선 시 경쟁사 가동률 상향으로 공급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익창출력 개선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씨스켐닷컴(2023-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