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가 차세대 천연 흑연 음극재 사업에 진출한다. 이를 통해 배터리 소재 사업을 다각화하고 글로벌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엘앤에프는 23일 미쓰비시화학그룹과 전기차용 음극재 공급망 강화를 위한 차세대 음극재 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미쓰비시화학그룹은 일본 대형 화학 기업으로, 리튬이온 배터리용 소재인 전해액과 음극재를 주로 공급하는 기업이다. 양사는 미쓰비시화학이 독자 개발한 차세대 음극재 기술을 바탕으로 신사업을 확대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음극재 공급망 강화를 위한 투자 규모와 협력 방식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나올 예정이다.

음극재는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다. 배터리 용량과 충전 속도 등을 결정짓는다.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로 40~50%을 차지하는 양극재보다는 낮다. 현재 천연 흑연, 인조 흑연 음극재가 보편화돼 있으며 하이니켈 등 고성능 제품에는 주로 인조흑연이 채택된다. 최근에는 실리콘을 5~7% 함량해 충전 속도와 용량을 개선한 차세대 제품도 나오고 있다.

미쓰비시화학이 개발한 음극재 기술은 배터리 수명에 영향을 주는 팽창 문제를 억제하는 것이다. 값이 싸지만 충·방전 수명이 짧은 천연 흑연 음극재의 단점을 상쇄하기 위한 기술이다. 양사는 이 기술을 활용해 천연 흑연 음극재의 가격 경쟁력을 살리되, 고성능 전기차에 탑재되는 인조 흑연이 차지한 시장까지도 넘보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각 주요국 배터리 소재 기업들은 북미와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내 소재 생산능력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양극재의 경우 엘앤에프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생산 능력을 확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음극재는 기술 개발과 국산화율이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기업은 음극재 중 9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인플레이션 감축 법안(IRA)에 따른 세제 혜택 요건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엘앤에프는 미쓰비시화학이 보유한 차세대 음극재 기술을 활용해 IRA에 대응하고 국산화율을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는 “IRA 법안 발표 이후 자동차 및 배터리 기업들이 법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재를 조달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며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해 엘앤에프가 가진 기술력과 공정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

씨스켐닷컴(2023-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