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기업들이 잇따라 사업 재조정에 나서면서 롯데케미칼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업대전환을 선언한 경쟁사들과 달리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사업을 유지하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석유화학 시황이 개선될 경우 롯데케미칼이 가장 큰 수혜를 보겠지만, 시황 악화가 이어지면 동박사업과 같은 사업다각화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말 82%였던 국내 나프타분해설비(NCC) 가동률을 현재 90%까지 끌어올렸다. 지난달 HD현대오일뱅크와의 합작법인인 HD현대케미칼도 4개월 만에 에틸렌 생산을 재개했다. 석유화학 시황이 바닥을 찍고 반등한다고 보고 생산량을 늘린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39억달러(약 5조1천억원)를 투자하는 인도네시아 라인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라인 프로젝트는 동남아 지역의 시장지배력 강화를 위해 초대형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롯데케미칼의 이같은 전략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잇따라 사업대전환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경쟁사인 LG화학은 아시아 역내 에틸렌 공급과잉 기조에 대응해 사업 재조정에 나섰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지난달 19일 사업부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범용 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 사업에 대해서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다"며 "가동 중지, 사업 철수, 지분 매각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케미칼이 이처럼 석유화학 사업을 유지하는 데 따라 시황 개선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점쳐졌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LG화학, SKC 등 석유화학 주요 기업들은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 투자재원 확보 목적으로 석유화학 지분매각이나 사업철수 등 다양한 구조조정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며 "특히 중장기 아시아 역내 에틸렌 공급과잉 기조에 LG화학은 여수 1공장과 중국 폴리염화비닐(PVC), 고부가합성수지(ABS) 매각 등 구조조정 전략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롯데케미칼은 저가 원재료 투입과 고성장 수요 거점 시장 확보 등의 강점이 있다"며 "기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공급을 줄이는 데 따라 수혜가 다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석유화학 시황 악화가 이어지면 향후 사업다각화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 2분기 영업이익을 28억원으로 추산하며 5개 분기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2025년까지 기초 원자재 제품군의 중국 자급률 상승과 글로벌 수요 성장 둔화로 약세 국면이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며 "따라서 2분기 흑자 전환이 유의미한 변화라고 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은 올해부터 3년간 연결 기준 약 10조원 이상을 설비투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올해 2분기부터 실적에 편입되는 자회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경우 한국과 말레이시아, 스페인, 미국에서 증설을 진행해 현재 6만톤인 동박 생산량을 오는 2028년 24만톤으로 확대한다.

박인구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경영기획본부장은 "동박 공장을 1만톤 증설하려면 1천500억~2천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다"라며 "오는 2028년 24만톤까지 증설할 계획인데 이 중 8만톤은 이미 투자원금을 확보했고 16만톤은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경희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이 하락한 데 따라 추후 차입금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며 "목표 부채 비율을 70% 수준으로 밝혔지만 달성을 위해서는 석유화학 업황의 상당한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씨스켐닷컴(2023-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