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세계 탄소중립을 앞두고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빠르게 의견을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내 업계가 생각을 통일하지 않고 우왕좌왕하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2050년 사업활동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미래기술교육연구원이 7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패키징 최신 소재 개발과 글로벌 상품화 방안 세미나’에서 황성연 경희대학교 식물환경신소재공학과 교수는 ‘미래지향형 포장소재를 위한 친환경 플라스틱 연구 및 공정기술’을 주제로 강연했다.

황 교수는 “미래에는 탄소세 부과 이야기가 나온다. 플라스틱세도 곧 도입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탄소세는 환경세의 일종으로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배출에 따라 부과되는 세금이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2026년부터 본격 도입 예정이다. 플라스틱세가 도입된다는 뜻은 탄소세처럼 친환경 플라스틱이 아닌 제품에 고관세를 부과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국내 기업들의 빠른 대책 강구도 요구됐다. 업계에 따르면 정책에 맞춰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년 이상은 일관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반면 국내 플라스틱 관련 정책은 6개월 만에 180도 바뀌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혼란을 줬다는 평가다.

규제 내용이 자주 바뀌면서 선후 관계도 바뀐 상태다. 우리나라는 내수시장이 작기 때문에 해외에 통용되는 제품 개발이 핵심이다. 규제가 바뀌며 우리 업계는 각자 이익이 되는 다른 주장만 되풀이 하는 모양새다. 글로벌 흐름에 적합한 제품 개발에 몰두해야 하는 시기에 방향성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황 교수는 “포장 업계분들이나 플라스틱 관련된 업계들이 굉장히 혼동 하시는데 6개월도 못 가는데 정책이 있느냐”라며 “업계에서 목소리를 모아(일관된 의견을) 환경부에 강하게 전달해야 정책 방향이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고 꼬집었다. 플라스틱 축적량 문제도 제기됐다. 실제 플라스틱 축적량 증가는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강연에서는 사이언스지가 2021년 발행한 ‘우리의 플라스틱 딜레마’에 실린 보고서 내용이 언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플라스틱이 토양에 80억 톤까지 쌓일 전망이다. 이 중 47%가 일회용품 관련 포장재이며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사정도 이와 유사하다.

토양에 축적된 플라스틱은 결국 해양 생태계까지 위협하고 있다. 플라스틱의 최종 정착지가 바다이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쪼개져 면적이 5mm 이하가 되면 미세플라스틱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 면적 14배에 달하는 미세플라스틱이 태평양 부근 섬 인근 바다에 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플라스틱은 해양 동물에서 검출되는 등 해양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플라스틱을 줄여나가는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 황 교수는 “실질적으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40년에서는 생산량은 2배가 늘고 해양 내 플라스틱 축적량이 4배에 달할 것”이라며 “이것을 치우는 데 드는 비용들은 매년 1000억 달러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늘어나는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해서는 재활용 비율을 늘리고 기업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규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씨스켐닷컴(2023-09-07)